하승완 작가 : 신화와 설화를 통해 바라본 동시대의 서사

하승완 작가 작품

하승완 (Seungwan Ha)
S.Korea, b.1992
Painting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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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하승완 작가 전시
2022년 하승완 작가 단체전 Yes, My 로드 <Lord, Load, Road>@THEO

광주광역시 조선대 회화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하승완 작가는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듣고 자랐던 통칭 ‘옛날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고 이에 심취하여 이야기 속 등장인물에 자신을 투영시키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흥미를 느끼는 옛날이야기 속에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신화나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에서부터 동시대 매스미디어 까지 방대한 서사를 포함하고 있다. 작가는 이처럼 여러 미디어를 통하거나 일상 속에서 경험한 사건들의 내러티브, 신화와 역사 속 사건의 내러티브의 구조적 유사성을 극의 형식을 띤 이미지로 모방하여 만든다. 이 이미지들의 이야기는 매우 작위적이며 때로는 허구적이다. 그러나 이는 실제 사건의 대상을 제거하거나 재구성함으로써 사건의 내러티브 기저에 깔린 본질을 강조하여 관객과 이야기하려 함이다.

작품 세계

하승완 작가 작품
넝마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낸 Collection, 2021, Acrylic on Canvas

작가는 그가 심취해있는 이야기에 과학과 역사 관련 조사를 통해 서사적 구성과 상징적 요소를 재구성하여 궁극적으로는 인간 본질에 대한 회화로 완성해 나가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 (개인주의, 집단주의, 권력의 집중, 기술의 발달과 그로 인한 윤리적 딜레마) 를 탐구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하승완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깊은 성찰을 관람객에게 제공하며, 작품을 통해 관람자에게 현대 사회와 인간 조건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작품

성전 정화

성전 정화 그림
성전 정화, 2020, Oil on canvas

그의 작품 중 ‘성전 정화’는 그의 이러한 작업 과정이 잘 표현된 작품 중 하나로, 복한요음 2장에 나오는 예수의 성전 정화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성전 정화 사건은 성경 속에서 예수가 처음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으로써 예수는 끈을 꼬아 채찍으로 양과 소를 모두 성전 밖으로 몰아내었으며, 성전에 판을 치고 있는 환전상과 장사꾼들을 내쫓으며 하나님의 집을 시장터로 만들지 말라 외쳤던 사건이다. 이를 작가는 자신만의 캐릭터와 이미지로 서사를 재구성하여 강력한 동적 움직임과 역동적인 화면 배치, 강렬한 색채가 특징인 에너지가 넘치는 회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폭력이 시대의 상황과 행해지는 주체 때문에 당위성이 확보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한편으로는 이러한 질문 자체를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과거의 정의에 대한 기준 그리고 현대의 기준에 대한 차이점에 대해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골리앗의 아들

하승완 작가 그림
골리앗의 아들, 2019, Oil on canvas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불’과 ‘야만인’은 인간의 폭력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의 세계는 불로 일어나고 불로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현 인류를 작가는 불의 종족이라고 부르며 그 기저에는 언제나 폭력성이 존재했다고 이야기한다. 폭력은 사건의 기폭제이자 불과 유사한 성질을 띤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바바리안’이라고 말하는 야만인의 폭력성과 연관 지을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주변에 다른 민족들을 ‘바로바로이’라 불렀다. 참고 듣지 못할 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주변 타민족들을 경멸하는 의미로 쓰인 이 단어는 로마로 계승되어 비로소 ‘바바리안’이라는 단어로 자리 잡게 된다. 야만인이라 불리는 이들은 철저히 무시당하며 살아갔다. 작품 ‘골리앗의 아들’에 등장하는 거인 골리앗은 지금의 팔레스타인 지역에 있었던 고대 국가 ‘블레셋’의 군인으로 이스라엘군에 맞서다 다윗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된다. 창세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을 작가는 골리앗의 아들 즉, 현재의 팔레스타인을 대변하고 있는 캐릭터로 표현하여 우리가 직면해 있는 사회적 문제의 옳고 그름을 떠나 관객이 역사를 되짚어보고 상상의 여백을 만들어 주고 있다.

Jade butcher

하승완 작가 작품
Jade Butcher, 2021, Oil on canvas

작가는 최근 미얀마 쿠데타 이후 벌어진 군부 세력의 잔혹한 민중 탄압과 관련하여 작가는 ‘Jade butcher’를 통해 폭력에 맞서는 시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갈망과 피 흘리며 쓰러져 가면서도 굴복하지 않는 민중들의 저항 의지를 표현하였다. 이는 하승완 작가가 광주 작가라는 지역적 특이성을 가지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나 하승완 작가는 젊은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식과 자신이 조사하고 수집한 이야기의 서사 구조를 모방하여 사건을 재구성한 뒤 재현의 방식으로 이미지를 표현해 동시대의 서사로 담화화 하는 역량을 지닌 훌륭한 작가임을 단적으로 증명해내고 있다. 작가의 이러한 일련의 작업 구조는 끝없이 반복하는 순환구조를 그리고 있으며, 작가의 세계관과 함께 이 순환구조는 더욱 확장되어 더욱 폭넓은 동시대적 사회맥락과 함께 우리를 일깨워주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전시 : Patchwork

하승완 전시
2023년 하승완 작가 개인전 Patchwork @THEO

2023년에 이루어진 하승완 작가 개인전 Patchwork 전시는 하승완 작가의 통합된 세계관을 구현하는 핵심 전시 중 하나로, ‘신체화’와 ‘국가’라는 두 가지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전시는 특히 국가를 신체의 메타포로 사용함으로써, 개인과 국가, 그리고 이 둘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독창적인 시각에서 해석하는데, 작가는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에서 영감을 받아, 국가를 하나의 거대한 신체로 비유하고, 이 신체가 개인들의 모임으로 구성된다는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전시를 선보였다.

신체화된 국가와 누더기 골렘

하승완 전시
2023년 하승완 작가 개인전 Patchwork @THEO

하승완 작가는 신체화된 국가를 통해, 국가와 그 구성원 간의 복잡한 대응 관계를 탐구하였다. 여기서 국가란 단순히 지리적 또는 정치적 경계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개인들의 신체와 정신이 모여 이루는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누더기 골렘’ (Patchwork)’로 묘사된다. 이 누더기 골렘의 모습은 신체를 보조하는 기계장치와 결합한 사이보그의 형태로, 작은 화면에서 여러 화면이 결합한 큰 화면의 형태로, 진화 혹은 확장하는 생명체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이기적 본성에 따라 이를 실현할 강력한 힘의 형체를 형성한다.’라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를 반영하고 있다. 작가는 신체의 각 부분이 전체의 건강과 기능을 위해 협력하듯, 작가는 개인들이 사회적 계약을 통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국가라는 거대한 신체를 구성하고 유지한다고 보았다.

Patchwork의 시각적 표현과 의미

하승완 작가 조각 작품

Patchwork 전시는 이러한 작가의 아이디어를 다양한 시각적 매체와 형태로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작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신체 부위를 결합하여 하나의 거대한 신체를 형성하는 대형 작품은 국가와 신체의 대응 관계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업으로써, 신체를 구성하는 주요 장기들이 관람자에게 자신이 속한 국가의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과 역할, 그리고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상호 의존성에 대해 성찰하게 했다.

신진작가로서 기대되는 점

하승완 전시
2023년 하승완 작가 개인전 Patchwork @THEO

하승완 작가의 작품에는 현대 사회가 가진 인간의 소외감 증대, 사회적 불평등 같은 문제점에 대해 흥미로운 서사가 함께 담겨 있으며, 동시대 페인팅 작가들이 인정할 만큼 완벽에 가까운 페인팅 테크닉과 강렬한 시각적 화면구성이 돋보인다. 또한, 그동안의 작품들이 다양한 서사와 작가만의 세계관을 재구성하여 재현하는 시각화 과정이었다면 최근작들은 그간 작가가 다뤄왔던 서사와 상징, 형식 등을 구성요소로 통합된 하승완 작가 고유의 세계관 형성을 보여주고 있어 앞으로 형성될 작가 고유의 거대한 세계관이 어떤 모습을 가지게 될지 기대를 갖고 바라보게 되는 신진작가이다.